KBS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서 원균과 이순신은 어릴 적부터 알던 사이로 나온다. 최재성이 연기한 원균은 이순신 장군의 선배 장군처럼 그려지는데, 전투 전에 이순신 장군에게 조언을 하고, 나름 용맹한 육전에 능한 장수로 조심하는 이순신 장군에 대해 호기롭게 공격 할 것을 주창한다.
원균 장군은 당파 싸움의 희생양 혹은 anti-hero 모습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anti-hero 는 정통 영웅은 아닌 효웅으로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잔인하고 영리한 전사를 뜻한다.(동아출판 프라임 한영사전)
드라마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어떠했을까. 연기 잘한 최재성까지 욕 먹었다.

원균에 대해 맹장론은 그렇다 쳐도, 적어도 싸우다 전사했고 조선왕조가 인정한 공신이라는 인식이 조금씩 퍼져가고 있던 적이 있었다. 역사를 객관적으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명분이긴 한데, 원균에 대한 적극적 찬사나 소극적 옹호는 근거가 있는 것일까. 정말 냉정하게 역사를 바라보았을 때, 이순신 장군을 신화화 하는 과정에서 안티 히어로, 희생양으로 악역으로 해석된 인물일 뿐인가.
원균은 이순신 장군님이 싫어한 사람이다. 난중일기를 읽어보면, 괴이하다 부터 난폭하다, 술먹고 주사를 부린다. 남의 처를 겁탈하려한다, 부하장수들이 싫어한다 등. 그러니까 이순신 장군이 원균을 싫어한 이유는 일반인이 원균을 싫어하는 이유와 일치한다.
원균에 대해 재평가를 해야 한다는 일부 재야 사학자, 그냥 원균옹호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원균 또한 선조가 인정한 장군이었고 조선에서 당파, 정치싸움의 승리자였을 뿐, 역사적 죄를 물으면 안 된다는 입장을 보인다. 그들은 원균을 악인, 간신 수준으로 평가한 북인 집권 시기인 광해군 때 편찬된 ‘선조실록’과 서인 집권 시기인 인조 연간에 편찬된 ‘선조수정실록’이라는 사료를 객관적으로 따져 보고 원균에 대해 재해석하자고 주장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두 조선왕조실록을 다시 펼쳐 보았다. 그 결과는 알다시피 원균을 옹호한 사람들의 실망이다. 실제로 당파를 떠나서 원균을 옹호한 사람은 선조와 서인 수뇌부 몆 명이었고, 거의 조정의 관료료 관원들 백성들은 원균이 능력도 없이 이순신 장군을 시기, 질투하고 모함하였음을 정확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또한 이순신 장군이 일구어낸 조선 수군을 칠천량 해전에서 모두 말아먹고, 본인도 비겁하게 배를 버리고 도망가다 뒤에서 적의 칼을 맞고 사망한 것에 대해 아무도 좋은 평가를 하지 않는다.
역사는 기본적으로 이야기이다. 그렇기 때문에 근거 없이도 카더라 라고 구라를 지어낼 수 있는 여지가 많다. 더구나 영화나 드라마는 작가의 상상력을 어느 정도 허용하지 않는가. 그렇다 해도 역사적 사실과 다른 부분이나 해석의 이견이 있는 내용에 대해서는 관객이나 시청자에게 정확히 그러하다고 전달할 필요는 있겠다.
앞으로도 이순신과 관련된 여러 콘텐츠에서 원균이란 인물이 얼마나 사료에 충실한 인물로 그려질지, 이순신 장군과 어떤 인간관계로 엮어질지 잘 한번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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