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곳에서든 사람은 항상 남녀의 결합에 의해서 자손을 낳는 경쟁 행위를 한다. 이러한 인간의 성 선택 및 번식 경쟁이 진화과정에서 적자생존 자연선택보다 더 강하게 지능을 비롯한 각종 능력을 발전시킨 것으로 이해된다. 화려한 수컷 공작 꼬리는 경쟁자보다 우월함을 상징하는데, 성 선택의 경쟁에서 개별개체에게 꼬리는 낭비의 요소이기도 하지만 우월한 유전자임을 입증하는 중요한 가치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가장 기본적인 생물학적 사실은 각 사회 집단의 고유한 논리에 의해서 재해석되고 새로운 의미를 지니게 된다. 사랑, 결혼, 가족의 3차 방정식에 권력이란 요소가 더해지며 난해한 4차 방정식이 되어 버린다.
사랑, 결혼, 가족은 자손번식 및 생존경쟁에서 단합 단결, 협동을 통한 합리적인 방법이다. 일종의 이익 카르텔이다. 이 방정식의 해법은 시대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근대적 개인의 출현에 따라 사회의 관습에 따랐던 결혼 풍습이 개인의 내적인 선택을 따르게 되면서 그만큼 개인의 내적 선택에 따른 다양한 형태-독신, 비혼, 이혼, 재혼으로 인한 1인가구, 한부모가족, 복합가족등- 의 가족형태가 등장한다. 즉 낭만적 사랑의 출현과 결혼관계의 불안정성의 증가는 비례하는 것이다. 그 만큼 일반인들의 방정식 풀이 난이도는 높아져 왔다.
사랑, 결혼, 가족에 권력이란 요소가 더해지면, 이 4차 방정식은 기존 일반인이 결코 이해하기 어려운 해법이 등장한다. 왕과 귀족, 혹은 재벌가들의 결혼 풍습은 권력을 향한 그들만의 선택과 판단의 결과이다. 결혼을 통한 거래, 귀족 신분 지위의 안정적 확보, 가문의 영광이다. 가족 구성원은 이 거래 성사를 위해 모두 협력해야 한다. 그러니 영화 ‘천일의 스캔들 The Other Boleyn Gir’ 앤의 비극에 가족은 모두 공범으로 그려진다.
사랑, 결혼, 가족, 권력의 각 방정식 항목은 균형을 잡아야 한다. 남녀 간의 로맨틱한 사랑이란, 연애 초기에는 어떤 매력에 의해 서로에게 끌리기 마련이지만, 정서적으로 외부 피곤한 대인관계에서 지친 자아는 위안 받기를 원하는 단계로 나아간다. 즉, 그대로의 ‘나’를 무조건 인정해 주는 타인의 사랑을 요구한다. 긴장과 고독으로 움츠러들기 쉬운 마음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다.
반면 결혼은 이러한 로맨틱 사랑의 무덤이다. 결혼 후 남녀의 사랑을 기다리고 있는 현실은 부부 각자 독립된 개인으로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상보적인 관계 속에 묶어 버리는 출산과 육아, 양육의 고통분담이라는 틀에 갇히기 마련이다.
실제 역사에서 처형당하는 앤이 그렇게 권력 지향적 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사랑을 갈구하는 불쌍한 여인이었을 수도 있다. 어쨌든 앤은 사랑과 결혼, 가족, 권력의 균형 방정식의 해법을 현명하게 풀어내지 못했고, 그 동생 메리는 그나마 적절하게 현명하게 대처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권력을 둘러싼 사랑의 막장드라마 연출이 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사회적 지위를 둘러싼 인정투쟁, 권력 투쟁에서 벌어지는 적나라한 욕망,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통제되지 않는 이성, 질투와 질시, 과시와 무시의 심리가 작동하기 때문일 것이다.
자연에서 개체 간 벌어지는 성선택 경쟁 결과로 허장성세와 위조, 부풀리기, 모조품으로 속이기는 일반적이라고 한다. 인간 세계의 연애와 결혼 시장에서도 마찬가지 일이 벌어진다. 남녀 공히 성형 외모와 경제력 부풀리기를 통한 구애, 대부분 진짜 실력이 아닌 대안적 실력이 대체하기도 한다. 그 대안적 진실이 판치는 현실의 결과는 항상 좋지 않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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