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혈이 낭자한 활극이 아니다. 영화는 일본인 스스로 생각하는 새로운 시대인 메이지 유신 이전, 몰락하는 한 하급 사무라이 삶을 보여준다. 영화는 잔잔하고 차분하다. 자애로운 아버지이지만 가족들의 생계를 걱정하는 꾀죄죄한 가장, 항상 칼같이 황혼에 퇴근한다고 해서... 별명이 황혼황혼은 아름답다. 헤겔은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에 날개를 편다’라고 했다. 한 시대가 끝나가고, 철학은 이를 뒷북치듯이 그 시대를 정리하는 것이 본업이자 역할이며, 한계라는 것을 비유하는 표현이다. 철학은 그렇다 쳐도, 한 개인에게 세월이 지나가는 것은 어쩔 수 없고, 시대변화에 한 박자씩 늦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사무라이, 한 때 백제 싸울아비가 어원으로 오해되어, 일본이 내세우는 무사도 정신의 근원이 한반도에 있었다는 근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