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나 있는 사람이 불행한 것은 당연한 법, 개인의 분한 마음이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 주관적 삶의 질 지표인 삶의 만족도, 주관적 건강 수준, 우울감등을 측정했을 때, 일상생활에서 분노를 강하게 느끼는 한국인들은 유의미하게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한국의 울분 조사’, 유명순, 2019,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연구> 에 의하면 ‘임상적 유의한 울분 상태’가 39.9%, 중증 고울분군이 14.7%에 해당한다. 한국인 10명 중 절반 이상이 일상적 불행을 경험한다는 설명이다.

‘한국의 울분 조사’에 의하면 울분지수와 가장 큰 연관성은 계층인식이었다. 그리고 차례로 고용상태, 가구 소득이 상관관계가 높게 나왔다. 자신의 경제적 안정 정도, 경제적 지위가 낮을수록 울분 평균점수가 높았고, 가구 소득이 낮을수록 울분 정도가 심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심각한 질병, 상해, 폭력’ 경험, ‘실직, 폐업, 취업에 실패’, ‘학교, 직장, 모임에서 모욕이나 부당한 취급’의 부정적 생애사건이 사회에 대한 불신을 키운다. 더 나아가서 개인 심리적으로 자존심은 강하나, 자존감을 약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학력과 울분 지수 사이에는 뚜렷한 반비례 관계가 확인된다. 즉, 학력이 낮을수록 울분 지수가 높고, 특히 ‘중증 울분’ 상태에 놓일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즉, 고졸 이하 학력 집단은 대졸 이상 집단에 비해 울분 점수가 전반적으로 높게 측정되었고, 대졸 이상 집단 상대적으로 울분 수준이 낮게 나타났다. 학력 수준에 따라 ‘지속적인 울분’ 혹은 ‘중증 울분’을 겪는 비율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가 단순히 교육 수준의 차이가 아니라, 학력이 한국 사회에서 사회·경제적 지위(SES)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한다. 학력이 높을수록 자신이 사회적으로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거나 경제적 안정성이 확보될 확률이 높아, 결과적으로 울분 수치가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반면. 저학력 층일수록 저소득층에 속할 확률이 높고, 이는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나 기회의 불평등으로 이어져 ‘세상이 공정하지 않다’는 울분을 더 크게 느끼게 하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학벌 중심의 한국 사회 문화로 인해, 저학력 층은 사회적 무시나 차별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것이 만성적인 울분으로 축적된다.
이와 비슷한 연구로 상명대 김영철 교수는 '학력(학벌)'의 비경제적 효과‘를 추정했다. 한국노동패널조사 자료를 활용하여 학력에 따른 생활 만족도를 분석한 것이다.((KLIPS, 7차년도 자료 연구 2016) 학력수준은 상위권대 (10개), 중상위권대 (30개), 중위권대 (40개), 기타 4년제대, 전문대, 고졸, 중졸 이하로 구분했고, 임금격차를 넘어서, 자존감과 직업생활과 가정생활 만족도를 따져보았다. 그 결과, 비슷한 임금이나 소득을 받더라도 좋은 대학을 나온 사람이 대체로 더 행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의 과도한 고학력 및 학벌 추구 성향이 단순한 '허세'로만 치부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고 김영철 교수는 언급한다.
일반적으로 서구에서는 학력이나 교육 수준과 행복의 상관관계를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 긍정 심리학자 크리스토퍼 피터슨의 연구에 의하면, 서구는 낙관성, 자존감, 사랑, 친밀한 인간관계, 긍정 정서, 감사, 유머 등 개인의 자질과 성격을 더 중요시한다. 한국에서 학력과 행복이 비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린 시절 '비교와 인정'의 경험, 즉 공부를 잘하는 것에 대한 칭찬과 성취감이 자존감으로 이어지기 때문일 수 있다. 부모의 경제적, 심리적 지원이 학력과 학벌을 결정짓는다면, 결국 경제적 안정이 높은 학력으로 연결되고, 이는 다시 경제적 안정과 행복한 가정으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가 발생한다.
교육수준과 비례해, 고학력자일수록 행복한 것은 불행에 대한 회복탄력성, 객관적으로 사회 경제 상황내지 자기 자신에 대해 솔직하게 인식하고, 계획을 세워 현실을 타개할 용기를 낼 힘이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서 열린 마음으로 자신과 반대되는 가치, 신념 등에 대해서도 그다지 편견을 가지지 않고, 고집을 부리지 않는 다는 뜻이기도 하다. 유연하고 강한 마음은 자존감은 강하면서도, 쓸데없는 자존심으로 상처받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자존감은 스스로 자기를 바라보는 힘이고, 자존심은 타인의 눈으로 자기를 보는 것이기도 하다.
유명순 교수는 울분사회에 대한 다섯 가지 대안-자아 강건성(ego strength), 인간적 지지(human family support), 교육, 종교, 경제적 자산-을 제시한다. 또한 유명순 교수는 울분을 개인의 성격적 결함이나 일시적인 감정 기복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울분은 불공정한 사회 구조에 대한 반응이며, 특히 사회경제적 하위 계층에 집중된 ‘사회적 질병’의 성격을 띤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울분 지수를 낮추기 위해서는 개인적 차원의 심리 상담 지원을 넘어, 사회 전반의 공정성 회복과 사회 안전망 확충, 경제적 안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학력과 소득에 따른 차별을 줄이고, 실패하더라도 재기할 수 있다는 신뢰를 사회 구성원에게 주는 것이 '울분 사회'를 치유하는 근본적인 해법이라 할 수 있다.
양극화, 빈부격차가 커진 상태에서 1인당 GDP가 개인에 따라서는 1~2만달러도 안 되는 이들의 불행감은 여전하다고 보여 진다. 이렇게 본다면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행복감도 증가하지만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하면 소득의 증가가 그만큼의 행복 증진을 유발하지는 않는다’는 이스털린의 역설은 틀렸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한국의 상황은 경제적 안정에 취약한 이들이 그냥 불행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하든 공정하지 않든, 경쟁 결과가 세습화된 계층이 고착화된 사회에서 그 사회 구성원의 다수는 행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비록 형식적인 서열과 차별은 없지만, 내적이고 심리적인 교묘한 서열의식, 학력과 학벌의 세습, 그리고 차별을 내면화 해 살아가고 있는 한국인들의 행복 문제는 풀기 어려운 문제이다. 어찌 보면 자신이 왜 불행한지도 모르는 것, 그것이 더 큰 불행의 원인이다. 무시당한다는 생각,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자존심을 낮추는 사회에서 자존감, 진짜 자아 존중감을 높이는 일은 쉽지 않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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