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사회/행복과 경제적 안정

[02경제적 안정] 6. 잘사는 국가, 행복한 국민을 위한 구조적 해법

도량분계 2026. 3. 15.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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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igqtNi6K0Tg

잉글하트에 의하면 물질주의는 경제성장, 권위주의적 정부, 애국심, 크고 강한 군대, 법과 질서를 우선한다. 강퍅한 심성, 성장주의자, 물질주의자들의 나라, 어찌 대한민국만 그러하겠는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한 중 일 삼국의 국민들 성향은 대체로 이러하다.

압축성장과 각자도생의 경제 성장 과정에서 한국인의 심성은 협력의 마음 보다, 경쟁의 마음으로 타인과 관계한다. 정치학자 양해만과 조영호는 한국의 사회경제적 변화와 탈물질주의 : 왜 한국인들은 여전히 물질주의적인가?(2018)라는 논문에서 한국인의 불행을 경제적 불안정’, ‘불안으로 설명한다. 대한민국 국가는 첨단 기술 제품 생산 수출하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세계적으로 경제, 무역규모를 키웠으나, 정작 개별 국민들의 일상 삶에서 노후를 비롯한 각종 사회적 복지와 경제적 안정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다. 더구나 2000년대를 관통하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 고용 불안정이 발생하면서 탈물질주의로의 가치변화가 지체되었다는 설명이다. 두 학자는 또한 한국에서만 발견되는 특징을, 서구와 달리 한국은 고소득층이 저소득층 보다 더 물질주의적 성향을 보인다는 점을 지적한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겪는 행복의 격차는 문화지체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문화지체란 급격하게 발전하는 기술이나 경제 체제 같은 물질문화와 가치관이나 행복의 기준 같은 비물질문화 사이의 속도 차이로 인해 사회적 부조화가 발생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잉글하트의 가치관 변화 이론에 따르면 경제 성장은 사회 전체의 생존 문제를 해결하고 신체적 안전을 보장하는 토대가 되지만 사람들의 내면적인 가치관은 과거의 결핍된 경험에 뿌리를 두고 있어 경제적 풍요가 달성된 이후에도 즉각적으로 전환되지 않는다.

잉글하트의 조용한 혁명은 물질문화의 발전에 비해 뒤처진 비물질문화가 뒤늦게 재편되는 사회적 적응 과정이다. 물질적 풍요가 임계점에 도달하면 사람들은 생존 논리에 기반한 기존 방식에 불편함을 느끼며 자기표현과 자율성 그리고 인권과 같은 새로운 가치를 요구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사회적 요구가 제도와 규범의 변화로 이어질 때 비로소 물질문화와 비물질문화 사이의 격차인 문화지체 현상이 완화된다. 따라서 잉글하트의 이론은 경제 발전에 따른 가치 변화를 설명할 뿐만 아니라 물질적 성취에 걸맞은 정신적 성숙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문화지체 현상을 극복하고 우상향의 문화 지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물질적 성장만큼이나 비물질적 가치를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 지표가 자기표현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수준임에도 사회적 인식이나 관습이 생존 가치에 머물러 있다면 구성원의 주관적 행복도는 정체될 수밖에 없다. 개인이 느끼는 만족감이 사회의 핵심 가치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두 문화 사이의 시차를 좁히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잉글하트의 논의는 현대 사회가 겪는 갈등을 문화적 시차의 관점에서 진단하고 해결 방향을 제시하는 유용한 도구로 활용된다.

한국 사회의 행복 수준이 낮은 것에 대한 여러 가지 사회심리, 역사적 이유, 문화적 원인으로 설명하는 것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경제적 안정을 바라는 한국인의 물질주의적 경향을 일방적으로 탓하기에 경제적 안정은 기본적으로 중요한 행복의 요인이다. 행복의 조건인 건강, 자연과의 조화, 정신적 여유, 여가 시간, 휴가에 대한 기대, 인간관계, 안전등 개인의 행복에 영향을 주는 삶의 질적 요소들과 높은 연관성이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경제적 안정을 이루고서도 행복하지 않은 이들도 있기 때문에 이스털린과 잉글하트 행복 연구가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이스털린의 기준에 아직 미치지 못할 정도로 경제적 안정을 이루지 못한 이들이 여전히 많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 같다. 적어도 일정 수준까지의 소득 증가는 궁극적으로 삶의 행복과 비례한다. 많은 한국인들, 소득 5분위 기준 1, 2, 3 분위 가구는 경제적 안정과 거리가 멀다. 행복하지 않은 이들이 많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이러한 현실에서 한국 사회의 물질주의는 단순한 탐욕이 아니라 경제적 불안정에 대한 합리적 반응으로 해석해야 한다. 심화되는 양극화, 만성적인 고용 불안정, 미비한 사회 안전망은 각자도생의 치열한 경쟁을 부추긴다. 이 경제적 불안은 유교 문화에서 비롯된 입신양명의 압박과 결합하여 좁은 성공의 길을 향한 무한 경쟁을 촉발한다. 서구와 달리 한국에서 고소득층이 저소득층보다 더 강한 물질주의적 성향을 보이는 현상은 부를 축적해도 여전히 미래에 대한 불안에서 자유롭지 못한 한국 사회의 특수한 단면을 보여준다.

장덕진 교수는 잘사는 국가, 불행한 국민에 대한 해결책으로 사회 전반적으로 이제 조금 내려놔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던질 필요가 있다고 한다. 또한 불안을 완화하는 것이 복지인데 복지에 대해서도 불안이 적지 않다이 상황에서는 100원 증세한 뒤 100원 복지를 제공하는 식으로 차츰 나아진다는 경험을 확실히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장덕진, 한국일보인터뷰 2017,2 )

결국 한국인의 낮은 행복도는 단순한 가치관의 문제가 아니라 격동의 근대사가 남긴 역사적 불안, 개인의 자율성을 억누르는 문화적 압력, 그리고 개인이 체감하는 실질적인 경제적 불안정이 복합적으로 얽혀 만들어낸 구조적 결과물이다.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은 마음을 비우라는 식의 개인적 차원의 위로나 조언을 넘어서야 한다.

이 복잡한 함정에서 벗어나는 유일하고 논리적인 길은 구조적 해법을 모색

하는 것이다. 우선 낮은 가계 가처분 소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득 재분배 정책을 강화하고 촘촘한 사회 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 경제적 불안이라는 근본 원인을 완화하여 누구도 삶의 바닥으로 추락하지 않도록 보장하지 않고서는 탈물질주의로의 가치관 전환을 기대할 수 없다.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획일적인 성공의 잣대에서 벗어나 다양한 삶의 방식과 가치를 인정하는 사회 문화적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경제적 안정이 보장될 때 비로소 개인은 물질주의적 가치에서 벗어나 다양한 삶의 방식을 모색할 여유를 가질 수 있으며, 이는 다시 사회 전체의 경쟁 압력을 완화하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실질적 경제 안정을 보장하는 정책과 사회적 가치의 다원성을 존중하는 정책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사회 시스템을 꾸준히 개선해 나갈 때, 대한민국의 눈부신 경제적 성공은 모든 국민의 실질적인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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