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전개, 난무하는 가벼운 입담, 만화적인 장면, 상당히 스타일리쉬한 영화이다. 적군파 요도호 납치사건이 모티브이지만, 이 모든 영화적 상상은 탈진실과, 대안적 진실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람들이 상황을 현실이라고 정의하면, 그 상황은 결과에 있어서 현실이 된다." (If men define situations as real, they are real in their consequences.) 이른바 사회학에서 유명한 '토머스 정리(Thomas theorem)'이다.

안데르센의 우화 '벌거벗은 임금님'에서 사기꾼들은 "매우 아름답지만 오직 똑똑한 사람들의 눈에만 보이는" 옷을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굿뉴스> 속에서 이 '옷'은 바로 "성공적인 작전" 혹은 "평온하고 유능한 국가 운영"이라는 허상이다. 설경구가 연기하는 '기획자, 아무개‘와 같은 인물은 이 허구의 '쇼'를 치밀하게 기획하고 실행하는 주체이다. 그들은 '믿으려는 의지'만 있다면, '일어난 사실과 약간의 창의력'을 결합해 진실을 조작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크고 작은 인지오류들과 연루되어 있다. 텔레마케팅, 서류 전달, 동행 여행 등 단순 업무인데 월 1,000만~4,500만 원 등 고액을 제시하는 광고 글을 보고, 터무니없다라고 생각하기 보다, 일말의 진실이라도 있을 것으로 믿으려는, 믿고 싶은 심리가 작동한다. 범죄자가 되는 것과 피해호소인이 되는 것, 그 경계는 불확실하다.
이들은 사기꾼이 되어 허상과 진실의 경계 조작, "완벽한 조건의 이상적인 연인"은 깊은 신뢰와 미래를 약속하며 외로움, 사랑에 대한 갈망을 이용해 이성적 판단을 마비시킨다. 또한 "당신의 계좌가 범죄에 연루되어 있다."라며 긴급하고 위협적인 상황을 연출해서 돈을 송금하게 한다. “쉽게 큰돈을 벌 수 있는 비밀 정보/특급 기회 "는 독점적 성공 경로에서 '특별한 기회'를 놓칠까 봐 두려워하는 심리를 이용한다.
범죄 가해자가 되어간 이들, 이들로부터 피해를 당한 이들 뿐이랴, 다른 모든 사람들이 같은 집단 착각 속에 놀아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실감하지 못하는 것이 인간이다. 어차피 지적해도 다른 이들을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는 충동이 너무도 크기 때문에 냉철한 개인으로서 지녀야 할 판단력은 달 뒷면에나 있을 법 하다.
사실이나 진실보다 감정과 느낌에 호소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더 많은 공감을 얻는 현상이 일반화 되었다. 또한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거짓이 아닌 사실은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라고, 우리가 사는 미디어 환경은 '임금님은 벌거벗고 있다'는 명확한 진실조차 받아들이기 어렵게 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굿뉴스(Good News)'는 기만이 성공적으로 포장되어 대중에게 전달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일상에서 접하는 '좋은 소식'들은 쉽게 조작되고, 그리고 그 조작은 우리 모두의 허영과 나약함에 기대어 유지된다. 가짜와 거짓의 세계에 익숙하게 사는 것이 인간 심리의 한 측면이라면, 그 반대인 진실과 사실을 추구하는 이성의 세계는 이 현실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 이 기계는 범람하는 가짜와 거짓의 지식과 정보에서 진실과 사실을 잘 가려 인간에게 잘 알려 줄 것인가. 아니면 거짓 조작의 첨병이 되어, 더 많은 기만의 세계를 창조해 낼 것인가. 두고 볼 일이다.
'요도호'를 납치해 북한으로 망명한 9인의 적군파, 그들은 북한에서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주사파로 전향했다. 요도호 납치 적군파들은 평생에 걸쳐 두 개의 거대한 '가짜 세계' 사이를 오간 존재로 정의할 수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진짜'라고 믿었던 세계로 가기 위해 '가짜' 세계를 탈출했으나, 정작 도착한 곳은 더 정교하고 거대한 '가짜' 세계였던 것이다.
적군파 청년들이 '진짜'라고 믿었던 것은 '세계 동시 혁명'이라는 이념이었다. 그들 눈에 1970년대 일본의 '경제 성장'과 '평화 헌법'은 '가짜 굿뉴스'에 불과했다. 패전의 굴욕을 잊고 미국식 자본주의에 순응하며 물질적 풍요(허영)에 안주하는 당대 일본 사회는, 그들에게 거대한 '가짜'이자 '기만'으로 비쳤다. 따라서 그들은 이 '가짜 평화'를 깨기 위해 총과 폭탄을 들었으며, 하이재킹은 "너희가 믿는 이 평화는 가짜다!"라고 외치는 그들의 퍼포먼스였던 셈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념적 '진짜'인 혁명의 근거지를 찾아 북한을 선택했다. 북한은 그들에게 완벽하게 포장된 '굿뉴스'로 다가왔다. 그들은 북한이 '미 제국주의'에 맞서 싸우는 '진짜' 혁명 국가이며, 자신들을 혁명 전사로 환대해 줄 것이라는 '굿뉴스'를 적극적으로 믿으려 했다. 당시 북한이 외부 세계에 선전하던 '주체사상'과 '지상낙원'이라는 이미지는, 그들의 '믿으려는 의지'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조작된(포장된) 굿뉴스'였던 것이다.
북한에 도착한 순간, 그들의 '굿뉴스'는 산산조각 났다. 그들은 자신들의 첫 번째 '가짜' 세계(일본)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벗어날 수 없는 두 번째 '가짜' 세계(북한)에 갇히게 되었다. 이방인이자 인질이 된 그들은, 생존이라는 가장 원초적인 '나약함' 때문에 이제 북한이라는 거대 국가의 '가짜 굿뉴스'를 만드는 부품으로 전락하고 만다. 즉, 이전에는 '가짜 굿뉴스'의 소비자였다면, 이제는 대외 선전 잡지 발행이나 일본인 납치 공작 가담 등을 통해 '가짜 굿뉴스'의 생산자가 된 것이다.
요도호 적군파들의 삶은 '가짜'를 부수겠다며 '진짜'를 좇았으나, 결국 또 다른 '가짜'에 완벽하게 종속되어버린 아이러니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그들은 일본이라는 '나약함과 허영'에 기반한 자본주의적 '가짜'를 경멸했다. 그러나 그들이 도착한 북한은 '공포와 통제'에 기반한 전체주의적 '가짜'였다. 결국 그들은 자신들이 그토록 경멸했던 '가짜와 거짓의 세계에 익숙하게 사는' 존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었다. 그들이 평생을 바쳐 저항했던 '가짜'는 단지 모습만 바꾼 채 그들의 삶 전체를 지배하게 된 것이다.
이제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 이 기계는 범람하는 가짜와 거짓의 지식과 정보에서 진실과 사실을 잘 가려 인간에게 잘 알려 줄 것인가. 아니면 거짓 조작의 첨병이 되어, 더 많은 기만의 세계를 창조해 낼 것인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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