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공개된 넷플릭스 8부작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민낯을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1부에서 3부는 JMS 정명석 총재, 4부는 오대양 집단 자살 사건, 5부와 6부는 아가동산 김기순 교주, 그리고 7부와 8부는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목사의 이야기를 다룬다. 다큐멘터리는 종교의 탈을 쓰고 자행된 여신도 성폭행, 재산 갈취, 중노동 강요, 폭행 치사, 그리고 집단 자살 등 믿기 힘든 끔찍한 범죄들을 고발한다. 화면을 채우는 파괴된 영혼들과 해체된 가족들, 파괴된 많은 영혼들, 해체된 가족들, 엽기적인 성범죄에 대한 느끼함과 메스꺼움, 더러움, 피해자들의 어리석음에 대한 안타까움. 어리둥절하기도 하면서도 기가 찰 이야기들이다. 엽기적인 성범죄의 실상은 보는 이에게 메스꺼움과 분노를 일으키고, 다소 자극적인 연출 방식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외면해왔던 진실을 직시하게 만든다.

같은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라고 믿기 어려운, 인간의 이 어둡고 우울한 내면 이야기는 어떻게 시대와 사회가 만들어 내는가? 왜 사람들은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가?
이른바 패턴인식의 오류, 즉, 미신이다. 미신은 처음부터 인간 내면의 부조리한 어두운 면에서 발생한다. 나약한 개인이 세상을 이해할 때, 그 세상의 패턴에 대해 사이비 교주는 확신에 찬 설명을 해준다. 세상이 이런 식으로 돌아간다는 분명한 설명, 이런 ‘나’ ‘선지자’를 믿으라는 간단한 메시지는 우연한 연상, 근거 없는 설명, 자기 생각이 옳다는 정보만 찾아다니는 확증편향, 판단력 부재, 그리고 집단적 체험의 강화, 군중편승 효과를 통해 확고해 진다. 현실에 상존하는 불안한 심리, 두려움은 다시 미신에 빠지게 한다. 미신에 내재되어 있는 힘, 그것이 포스일수도 있고, 마나일 수도 있다. 특히 신과 연결되어 있다고 우기는 이들의 가스라이팅, 원인 모를 행, 불행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가스라이팅에 의해 미신은 확신이 되어 전염된다.
흔히 피해자들의 어리석음을 탓하기 쉽지만, 여기에는 한국 사회 특유의 생략된 근대화 과정이 깊게 관여되어 있다. 한국은 ‘압축 성장’이라는 목표 아래 기술과 자본이라는 도구적 합리성만을 비대하게 키웠을 뿐, 신비주의를 걷어내는 ‘탈주술화’와 비판적 이성을 함양하는 정신적 근대화는 건너뛰었다. 겉모습은 첨단이지만 내면은 여전히 전근대적인 기복 신앙에 머물러 있는 이 불균형이 비극의 토양이다. 급격한 도시화로 고향과 가족을 잃고 부유하는 개인들에게 사이비 종교는 ‘가짜 가족’의 안식처를 제공하며 파고들었다.
이 과정에서 합리화로부터 배제된 이들은 비단 소외 계층뿐만이 아니다. 고도로 복잡한 사회 속에서 정신적 공허를 느끼는 엘리트들조차 차가운 이성 대신 ‘확실한 정답’을 주는 주술적 확신에 투항한다. 일단 잘못된 믿음에 발을 들이면, 자신의 선택이 틀렸음을 인정하기 싫어 더욱 교리에 집착하는 인지 부조화의 덫에 빠지게 된다. 교주는 이 틈을 타 세상의 패턴을 확신에 찬 언어로 설명하며 구원자 행세를 하고, 우연한 연상과 확증편향, 군중 심리가 더해져 미신은 흔들리지 않는 신념이 된다.
고대 중국에는 하백취부, 처녀공양의 미신이 있었다. 사마천 사기 열전 골계열전에 나오는 이야기다. 서문표라는 유학자이면서 관리는 업 땅에 취임하여 그 지방의 괴력난신의 풍습을 고친다.
중국 황하강 유역 위나라 업 백성들은 홍수를 예방한다는 명분으로 늙은 무당으로 하여금 강물의 신 하백에게 처녀를 바치는 제사 의식을 하면서고 막대한 양의 돈을 갈취당하는 일들을 반복했다. 서문표가 그 지역 행정관으로 부임하면서 그 의식을 참관하면서 다음과 같이 일갈한다.
"이 처녀는 아름답지 않소. 수고스럽겠지만 무당할멈은 황하로 들어가서 하백에게 ‘아름다운 처녀를 다시 구해 다음에 보내 드리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려 주시오" 라며 그 늙은 무당을 황하에 던져버린다. 그리고 차례로 새끼 무당들과 관리들도 황하에 던져버린다. 그리고 차례로 관리와 호족을 재촉해서 하백에게 보내려 하자. 모두들 머리를 조아려 이마가 깨져 피가 땅 위로 흐르고 얼굴은 잿빛으로 변했다. 업현의 관리나 백성은 크게 놀라고 두려워했다. 이 이후로는 감히 다시는 하백을 위하여 아내를 얻어주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사마천 사기열전, 김원중 옮김, 을유문화사>
정말 강물에 귀신이 있어서 살아있는 처녀를 탐할 리 없는 것이고, 홍수와 가뭄은 치수로 사람이 해야 할 일일 뿐이다. 인생의 길흉화복, 삶의 성공과 실패는 가스라이팅을 시전하는 못된 인간이 정하는 것이 아니다.
전근대, 근대, 탈근대가 혼합되어 있는 한국사회에서 합리화의 과정인 근대는 어떻게 생략되었는가. 탈주술화 또는 합리화의 과정에서 배제된 이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그리고 신에 대한 헌신과 사랑이 어떻게 사이비 교주에 대한 맹신으로 연결되는가. 왜 많은 이들이 자발적으로 인신공양, 물적공양에 빠져 설사 자기 자신의 이익에 반대되더라도 하고 싶은 걸, 기어코 하고 마는가? 개인의 삶을 혼돈에 빠뜨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무속신앙과 특정종교들은 정치와 사회에 끊임없이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 이 모든 것들은 사이비 종교만의 문제인가.
현대의 사법 시스템은 종교의 자유라는 방패 뒤에 숨은 범죄에 지나치게 무기력하다. 10년의 형기를 마치고 나온 교주가 전자발찌를 차고도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현실은 서문표의 서슬 퍼런 결단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전근대와 탈근대가 기형적으로 혼재된 한국 사회에서, 합리성의 결핍이 만든 구멍을 메우지 않는 한 비극은 반복될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인공지능에게 구하면 뭐라고 할까.
정말 모르겠는가? 이미 서문표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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